전국 33개 단지 중 1순위 마감 7개 그쳐 2월 4만283가구 공급 일정 불투명 "분양시장 침체 올해까지 이어질 것"
올해 분양시장의 바로미터로 여겨졌던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올림픽파크 포레온) 계약률이 예상보다 저조하게 마감되면서 분양시장 침체가 현실화하고 있다. 청약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당초 설 명절 이후로 계획했던 분양 일정도 확정하지 못하는 건설사가 다수 나오면서 공급 차질이 빚어지고 있어서다.
25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해 12월(입주자모집 공고일 기준)부터 올해 1월까지 전국 33개 단지가 일반분양에 나섰다. 이 가운데 1순위 마감한 곳은 부산 '남천자이', 서울 '강동 헤리티지 자이' 등 7곳에 그쳤다. 일부 단지는 청약 신청자가 0명을 기록하는 등 수도권과 지방 모두 모집 인원을 채우지 못하면서 미달된 단지가 쏟아졌다.
시장에서는 분양시장 최대어로 꼽힌 둔촌주공 재건축 초기 계약률이 가까스로 70%에 근접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타 분양단지들의 계약률은 더 곤두박질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놨다. 둔촌주공이 좋은 입지를 갖춘 데다 정부가 대대적인 규제 완화로 계약률이 부진할 것으로 예상됐던 '둔촌주공 구하기'에 나섰는데도 저조한 분양성적을 받아들면서다.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과 시공사 등에 따르면 지난 3일부터 17일까지 정당계약을 진행한 결과 둔촌주공 일반분양 평균 계약률은 약 70% 안팎으로 추정된다. 일반분양 물량이 4768가구인 점을 감안하면 1400여채가 미계약 물량으로 남은 셈이다.
분양업계에서는 부동산 시장 침체를 우려해 정부가 규제완화라는 카드를 꺼내 전방위 지원에 나섰음에도 계약률 70%에 그치면서 둔촌주공 계약이 '참패'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번 둔촌주공 계약률이 선방하지 못하면서 다른 분양단지의 전망도 밝지 않은 분위기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설 연휴 직후인 이날부터 내달 말까지 전국 분양 물량은 4만283가구다. 이 가운데 대부분인 약 3만3000가구가 2월 공급 예정이다.
하지만 이들 단지의 분양 여부는 불투명한 상태다. 당장 2월 분양 예정인 서울 동대문구 '휘경자이 디센시아'는 분양 일정을 미뤘다. 휘경3구역을 재개발한 휘경자이 디센시아는 당초 지난해 9월 분양 예정이었으나, 조합 내부 사정과 청약시장 부진 등 영향으로 계속 일정을 연기하고 있다.
앞서 내달 분양 예정이었던 인천 미추홀구 '더샵아르테', 수원 팔달구 '수원성중흥S클래스', 평택 화양지구 '힐스테이트평택화양' 등 다수의 단지가 정확한 분양 시점을 확정하지 못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분양시장 침체가 본격화해 적어도 연말까진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또 올해 분양시장은 분양가에 따라 희비가 극명하게 갈릴 것으로 전망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올해 예정된 분양 사업장 중 약 절반정도는 구체적인 분양 일정이 미정인 상태"라며 "주택시장 냉각에 따라 총 청약자, 청약경쟁률이 지난해부터 하락하기 시작했고 미분양 증가 속도 등을 고려할 때 분양시장도 침체 또는 위축된 분위기가 올해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도 "고금리, 집값 하락 등과 맞물려 올해 분양시장의 분위기도 썩 좋진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입지나 분양가 수준에 따라 온도차가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유세 등 세금부과 기준이 되는 표준단독주택 공시가격이 지난해보다 5.95% 내려 2020년 수준으로 확정됐다. 표준지 공시지가는 5.92% 내렸다. 표준주택 및 토지 공시가가 내려간 것은 2009년 이후 처음이다. 이번 결정으로 공시가격 100억원이 넘는 초고가 단독주택은 많게는 수천만원의 보유세가 줄어든다.
국토교통부는 중앙부동산가격공시위원회 심의를 거쳐 올해 1월 1일 기준 전국 표준지 공시가 및 표준주택 가격을 25일 공시한다고 밝혔다. 하락폭은 지난해 12월 예정공시한 하락폭과 동일하다.
표준주택 25만 가구에 대한 공시가격은 평균 5.95% 하락했다. 특히 서울이 -8.55%로 가장 많이 떨어졌고, 경기(-5.41%), 제주(-5.13%), 울산(-4.98%)의 낙폭이 컸다.
표준주택 멸실에 따른 표본교체 및 주택특성, 이용상황 등이 고려되면서 대전(+0.02%), 세종(-0.09%), 경북(-0.01%)은 공시가격 변동률에 미세조정이 있었다. 대전은 -4.84%에서 -4.82%로 예정안보다 소폭 상승했으며, 세종(-4.17%→-4.26%), 경북(-4.10%→-4.11%)은 하락폭이 커졌다.
표준지 공시지가는 전국 평균 전년대비 5.92% 하락했다. 경남(-7.12%)의 하락폭이 가장 컸고, 제주(-7.08%), 경북(-6.85%), 충남(-6.73%)순으로 하락폭이 컸다.
토지특성과 이용상황 등이 고려돼 부산(-5.77%→-5.73%), 광주(-6.27%→-6.26%), 강원(-5.85%→-5.86%), 충북(-6.43%→-6.42%), 전남(-6.13%→-6.12%), 제주(-7.09%→-7.08%)에서 일부 조정이 있었다.
한편 국토부는 이번 공시에 앞서 지난해 12월 소유자와 관할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공시가격안에 대한 열람 및 의견청취를 진행했으며, 지난해 대비 53.4%가 감소한 5431건의 의견이 제출됐다. 제출된 의견의 7.19%인 391건이 한국부동산원, 감정평가사 등의 검토를 거쳐 반영됐다.
국내 주택의 62%가량을 차지하는 아파트의 공시가격은 오는 3월 중 공개된다. 정부의 공시가 현실화율 변경계획에 따라 예상되는 내년 공동주택 공시가격 예상 하락폭은 -3.5% 수준이다.
지난해 경기 성남시 판교신도시 아파트 실거래가격이 크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판교테크노밸리 출퇴근 수요 덕분에 강세를 보여온 판교신도시도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 여파로 집값이 덩달아 얼어붙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4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판교동 ‘판교원9단지 한림풀에버’ 전용 71㎡는 작년 11월 10억6000만원에 거래됐다. 2021년 8월 최고가(14억6000만원)보다 4억원 떨어졌다. 인근 ‘판교원7단지 모아미래도’ 전용 56㎡는 지난달 9억8500만원에 손바뀜했다. 2021년 10월 13억원 거래보다 3억1500만원 낮아졌다.
운중동에서도 하락 거래가 속출했다. ‘산운8단지 사랑으로’ 전용 59㎡는 지난달 최고가(12억6000만원) 대비 3억8500만원 떨어진 8억7500만원에 팔렸다. ‘산운14단지 경남아너스빌’ 전용 101㎡는 같은 달 13억4500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2021년 8월 16억5000만원에 거래된 것보다 3억500만원 떨어졌다.
판교신도시는 그동안 주거 공간뿐만 아니라 업무 시설을 갖춘 ‘완성형 신도시’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전국 부동산시장 한파에 맥을 못 추고 있다는 분석이다. 운중동 B공인 대표는 “거래절벽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일부 급매물 위주로만 간신히 거래되는 탓에 실거래가가 낮아졌다”며 “전세시장은 직원에게 비용을 지원하는 기업이 많아 수요가 안정적인 편”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판교신도시 아파트 가격이 당분간 하락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김효선 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판교는 직주근접을 선호하는 고소득 외국계 기업과 IT(정보기술)기업 종사자가 많아 수도권 다른 지역보다 집값 하방 압력이 덜하다”면서도 “몇 년간 가격이 크게 오른 데다 가파른 금리 인상에 따른 부담이 작지 않아 가격 조정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올 들어 설 연휴 직전인 20일까지 집계된 무역수지 적자가 102억달러(약 12조6000억원)를 넘어섰다. 역대 최대 무역적자를 기록했던 지난해의 수출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대 수출품인 반도체와 최대 수출국인 중국으로의 수출이 계속 줄어들고 있다.
24일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1~20일 수출액은 336억2100만달러로 1년 전에 비해 2.7% 줄었다. 반면, 수입액은 원유·가스를 중심으로 1년 새 9.3% 늘어나 438억8500만달러에 달했다. 20일간 무역적자가 102억6300만달러에 달해, 월 역대 최대였던 작년 8월 적자 폭(94억3500만달러)을 웃돌았다.
이런 추세라면 수출 감소가 작년 10월 이후 4개월 연속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반도체의 경우 올 들어 20일간 수출이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34%나 감소했다. D램·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중국의 경기 둔화 등으로 이달까지 6개월 연속 반도체 수출이 감소할 수 있다는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작년 12월까지 석 달간 이어진 대중 무역적자 폭도 새해 들어 더 불어나고 있다. 20일까지 적자 폭이 32억4400만달러에 달해 역대 월 최대 적자였던 작년 10월(12억5400만달러)의 2.6배에 달했다. 중국 경기 둔화로 반도체, 석유화학, 무선통신 등 중간재 수출이 줄면서, 대중 수출이 24.4% 감소했다.
반면, 한류 열풍에 힘입어 작년 라면 수출액은 전년보다 13.4% 늘어난 7억6500만달러로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째 감소세를 보이던 소주 수출액이 작년 들어 9300만달러로 1년 새 13.2% 늘어났다.
정부와 산업계는 수출 감소가 이어지는 상황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3일 한 방송에서 “반도체 경기가 최악의 상태로 가고 있다”며 “수출 활성화를 위한 여러 전략을 수립하고 온 정부가 집중적으로 나설 예정”이라고 했다.
추 부총리는 인플레이션은 다소 수그러들 것으로 보이지만, 수출 감소로 인한 경기 둔화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닥칠 것으로 전망했다.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7.5%) 이후 24년 만에 가장 높은 5.1%에 달했던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는 재연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추 부총리는 “공공요금 인상이 대기하고 있고 물가 상방 압력이 여전히 높다”면서도 “앞으로 시간이 가면서 서서히 물가는 안정될 것이다. 1분기를 서서히 지나면 아마 4%대 물가 상승률을 보게 될 것이고 하반기에는 3%대 물가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