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애널리스트 리포트를 많이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읽다보니 의문사항이 생겼습니다. '아니, 도대체 왜 레포트들마다 이렇게 'Buy', '매수' 라고만 쓰여져 있지?' 라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이전에 요약했던 KT의 경우 분명히 좋은 실적을 달성하였기 때문에 앞으로가 기대된다는 의미에서 충분히 매수해도 좋다는 의견을 피력할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난 2021년 2분기 실적이 시장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던 오리온의 경우는 어떨까요? '2분기 실적이 좋지 않았지만 앞으로 좋아질 것이다'는 의견을 내면서 매수해도 좋다는 의견을 피력한 것은 이해가 갑니다. 하지만 3분기에도 매출 성장세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목표주가는 하향한다고 하면서도 Buy의 의견을 제시한 리포트도 있습니다.
지식과 통찰력이 부족하여 리포트 내용 속에 숨겨진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애널리스트께서는 '2분기에도 안좋았고 3분기때도 안 좋을 것으로 예상되니 지금 미리 사 두면 언젠가는 오를 것이다.'는 의미로 목표주가와 의견을 제시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3분기)에도 조금은 비관적인 전망을 해 놓고 Buy 의견을 제시하니 조금은 앞뒤가 맞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Company Report 사이트에서 종합해 놓은 '리포트서머리'를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아래 링크 참고)
리포트 요약자료를 살펴보겠습니다. 날짜를 설정해서 살펴보면 대부분 Buy, 매수인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8월 18일에도, 19일에도, 20일 자료를 검색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오히려 'Hold', '중립' 이라는 단어가 반가워보일 정도입니다. 목표주가를 낮추었음에도 buy, 매수 의견이 있는 리포트도 꽤 많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체감상 보면 거의 70% 이상은 Buy, 매수인 듯한 느낌입니다. 'Hold', '중립' 의견도 별로 없습니다. 오히려 투자의견이 없는 리포트가 'Hold', '중립' 보다 많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Sell', '매도'라는 단어는 보지 못했습니다.
실제로 국내 증권사에서 발행한 주식 애널리스트 리포트 상 매도의견은 0.1%에 불과하다는 통계가 있습니다.(관련 기사 아래 링크 참고)
2015년 9월 11일 나온 더팩트 기사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국내증권사·외국계증권사의 애널리스트 조사분석자료(리포트) 발표 현황을 분석한 결과 국내 10대 증권사의 리포트 4만 9580건 중 매도 의견은 단 23건에 불과했다. 매수·중립 의견은 4만 9557건으로 99%에 달했다고 합니다. 아울러 2015년 1월부터 7월까지 국내 증권사들의 리포트 발표의견 현황을 분석해 보면 국내증권사는 7766건 중 11건만(0.1%) 매도 의견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국내에서 영업 중인 10대 외국계 증권사는 같은 기간 1만 8707건의 리포트를 발표했으며 매수·중립 의견은 1만 6872건(90.2%), 매도 의견은 1835건(9.8%)로 대조를 보였다고 합니다. 또한 2015년 1월부터 7월까지 외국계증권사가 발행한 리포트 발표의견 현황을 분석해 보면 2509건 중 351건(14%)이 매도 의견이었다고 합니다.
조금 오래 전 자료이기는 하지만 6년이 지난 2021년에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21년 1분기 기준 국내 10대 증권사의 매도 의견 비율은 0.3%에 불과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외국계 증권사들의 국내 기업 매도 의견 비율은 20%가 넘었다고 합니다.(관련 기사 아래 링크 참고)
그렇다면 왜 주식 애널리스트 리포트에는 'Sell(매도)' 의견이 거의 없을까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애널리스트도 '직장'의 눈치를 보아야 하는 직장인이기 때문
증권사의 주요 수입원 중의 하나는 '거래 수수료 수익'이라고 합니다. 일반 투자자들이 주식을 매수하든 매도하든 그것에 대한 '거래 수수료'가 발생하고, 증권사 입장에서는 매수이든 매도이든 상관없이 '거래가 일어나면' 그에 대한 '거래 수수료'를 많이 받아야 증권사의 수익으로 이어지는 구조입니다. 물론 매수든 매도든 '주식 거래'라는 점에서는 차이가 없지만 '매도'를 하려면 '매수'가 선행되어야 하며, '매수'를 유도하기 위해 애널리스트들은 당연히 좋은 내용, 희망적인 내용을 리포트에 담으면서 '매수, Buy'의견을 내야만 합니다. 결국 소속 증권사의 수익을 창출하려면 거래 수수료가 많아져야 하고, 거래는 매수로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애널리스트는 직장인으로서 수익 창출에 기여하는 역할을 수행해야만 할 겁니다.
2. 기업과의 관계
나에게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는 사람과 지속적으로 좋은 관계를 형성할 수 있을까요? 물론 '바람직한 비판'은 나를 더욱 성장하게 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나에게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는 사람에게는 솔직히 서운한 마음이 듭니다. 더구나 그 부정적인 이야기로 인해 내가 귀찮아질 경우 그것은 짜증으로 이어지겠죠.
회사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우리 회사에 안 좋은 이야기를 하는 증권사와 애널리스트들과 좋은 관계를 형성할 수 있을까요? 만약 그 안 좋은 이야기로 인해 우리 회사 주가가 떨어지고, 투자자들의 항의전화를 받다 보면 솔직히 짜증날 것 같습니다.
애널리스트들은 애널리스트 리포트를 발간하기 위해 기업을 직접 방문하기도 하고, 기업 IR 담당자와 수시로 소통해야 한다고 합니다. 또한 기업의 각종 이벤트(투자설명회 등)에 초대받아 정보를 제공받습니다. 하지만 기업의 입장에서 "우리에게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는 애널리스트를 뭐하러 초대해? 그 사람을 뭐하러 오게 해? 어차피 안 좋은 이야기만 할 텐데"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갈등이 더욱 심화될 것 같습니다. 때문에 증권사와 애널리스트 입장에서는 얼굴 붉혀 봤자 좋을 것 없기에 굳이 기업에 부정적인 이야기보다는 희망적인 이야기 위주로 리포트를 발행하겠지요.
일례로 지난 2016년 하나투어에서 '향후 교보증권 연구원에 대한 하나투어의 자료 제공을 제한할 수 있다'는 식의 언급을 해서 문제가 되었던 사례가 있다고 합니다.(관련기사 아래 링크 참고)
3. 기관투자자, 기업투자자들과의 관계
내가 보유한 주식이 오르면 기분 좋고 떨어지면 우울한 것이 투자자들의 심리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내가 보유한 종목에 대한 애널리스트의 부정적인 의견이 담긴 리포트가 발간되고 그것 때문에 혹시라도 내가 보유한 종목의 주가가 떨어진다면? 애널리스트들은 엄청난 항의전화를 받는다고 합니다. 애널리스트 입장에서는 자신만의 논리와 소신으로 리포트를 발간했을지라도 '일을 못 할 정도로' 항의전화를 받는다면 솔직히 별로 반가운 상황은 아닐 것 같습니다.
6년 전(2015년)이나 지금(2021년)이나 아직까지 Sell(매도) 의견이 담긴 리포트는 거의 보지 못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증권사 입장에서는 노골적인 매도(Sell) 표현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목표 주가를 현재 주가보다 낮추거나', '주가가 싸지 않다'는 표현 등을 통해 '매도 의견'을 내고 있다고 합니다.(관련 기사 아래 링크 참고)
이렇게 정리해 보니 주식 애널리스트들이 리포트 상에 'Sell(매도)'라는 표현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지 이해가 갑니다. 리포트 상에 Buy(매수) 의견이 나왔다고 덜컥 매수하는 것보다는 애널리스트들이 제시하는 기업과 업계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고, 목표가격과 향후 전망에 대한 의견들은 비판적으로 분석하여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관련 내용 아래 기사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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