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성향 짙은 재건축 아파트…고금리·경기침체에 관망세" "재건축 조합 내홍·공사비 인상 등 사업 더디게 하는 요소도 악재"
정부가 1·10 부동산 대책을 통해 재건축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책 등을 발표했지만 강남권 주요 재건축 아파트의 가격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 전반적인 부동산 경기 침체와 고금리가 이어지고 있고, 공사비 상승에 따른 조합과 시공사 간 갈등, 조합 내홍 등 악재가 부각되면서 재건축 아파트의 인기가 떨어지는 등 정부의 규제 완화 조치가 무색하다는 반응이다.
15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송파구 대단지 아파트 '잠실주공5단지(3930가구)' 76㎡는 지난달 24일 23억7800만원에 매매거래됐다. 이는 지난해 9월 거래된 25억9000만원과 비교하면 2억원 이상 떨어진 가격이다. 해당 면적대는 지난해 9월만 해도 대부분 25억원대에 팔렸으나 12월 들어 23억원대 거래가 나오기 시작했다. 네이버 부동산 등에 따르면 현재 최저 호가는 23억7000만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강남권 재건축의 대명사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4424가구)'도 하락거래가 나오고 있다. 은마아파트 전용 76㎡는 지난달 4일 23억7000만원에 팔렸는데 이는 10월 거래된 24억3000만원과 비교하면 6000만원 빠진 금액이다. 현재 최저호가는 22억6000만원(1층), 23억원(6·9층 등)으로 나와 있으며 지난달 거래가격보다도 떨어진 상황이다. 전용 84㎡는 11월 27억8000만원에 거래된 이후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재 최저호가는 26억원 수준이다.
은마아파트 인근의 노후 대단지 아파트인 '대치미도 아파트(2435가구)'의 경우 전용 84㎡가 지난달 26일 27억3000만원에 손바뀜됐다. 이는 지난해 10월 거래된 29억원과 비교해 1억7000만원 떨어진 가격이다. 전용 191㎡는 지난해 8월 51억5000만원에 거래됐는데, 지난달엔 48억2000만원에 팔리며 3억3000만원 떨어졌다.
잠실주공5단지 인근 공인중개업자는 "대단지 재건축 아파트라도 부동산 경기 침체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며 "높은 금리 등으로 구매력이 떨어졌으며, 노후 대단지 특성상 노인 소유자가 많은데 재건축이 수년 이상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되니 팔고 나가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가격 하락 배경을 설명했다.
은마아파트의 경우 소유주 간 내홍이 발목을 잡았다. 은마아파트는 지난해 극적으로 조합을 결성하며 재건축 기대감을 높였지만, 여전히 전임 재건축 추진위원회, 은소협(은마아파트소유주협의회) 등과 갈등 양상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최근 은소협은 최정희 조합장에 대해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소송을 냈고 법원은 이를 인용했다. 최 조합장이 항고에 나섰지만, 법정 공방이 장기화되면 재건축 사업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공사비 인상에 따른 추가 분담금도 재건축 사업 진행에 복병으로 작용하면서 거래에도 영향을 미치는 모습이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노후 재건축 단지는 실수요가 아닌 투자 성향이 강하다"라며 "공사비 인상으로 추가 분담금이 예상되며 금리까지 높은 현 상황에서 관망세를 보이는 투자자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재건축사업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도 않기에 당분간은 가격을 낮춘 급매 위주로 거래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덧붙였다.
1월 전국주택가격은 -0.14%로 전월 대비(-0.10%) 하락폭이 커졌다. 수도권(-0.14%→-0.18%), 서울(-0.07%→-0.12%), 지방(-0.07%→-0.11%) 모두 같은 모습을 보였다.
15일 한국부동산원은 "수도권은 불확실한 부동산 시장 영향으로 매수 관망세가 깊어지고 급매물 위주의 거래로 매물 가격이 하향 조정되는 가운데, 서울(-0.12%)은 전 지역에서 하락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서울 강북 14개구를 살펴보면 노원구(-0.22%)와 도봉구(-0.17%)의 매수 문의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급매물 위주의 거래만 이뤄졌다. 성북구(-0.12%)는 삼선동과 성북동 주요 단지에서 매물가격을 하향 조정했다. 동대문구(-0.09%)는 휘경동과 이문동 위주로 거래가격이 떨어졌다.
서울 강남 11개구의 경우 송파구(-0.33%)는 문정동, 잠실동, 가락동 위주로 개발 기대 수요 감소로 하락했다. 강서구(-0.19%)는 가양동과 염창동, 화곡동의 구축 위주로 내려갔다. 서초구(-0.17%)는 잠원동과 반포동의 매물이 적체된 단지들의 급매물 위주로 거래됐다.
전국 월세가격 상승률은 0.07%로, 전월 대비(0.09%) 상승폭이 축소됐다. 수도권(0.18%→0.13%), 서울(0.11%→0.08%) 및 지방(0.02%→0.01%)은 모두 같은 현상을 보였다.
교통환경이 양호한 역세권과 학군 수요가 있는 지역 위주로 월세가 상승했다. 서울(0.08%)은 성동·용산·양천구 중소형 규모 위주로, 경기(0.18%)는 수원 영통구·화성시 및 부천 소사구 위주로 올랐다. 인천(0.07%)은 서구 청라·검단 신도시 및 중구 위주로 상승했다.
공사비 인상 등의 영향으로 전국적으로 민간 아파트 분양가격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서울의 평균 분양가가 3.3㎡당 3700만원을 넘어서는 등 예비 청약자의 부담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
16일 HUG(주택도시보증공사)가 발표한 ‘1월 민간아파트 분양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민간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3.3㎡당 3707만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평균 분양가(3495만원)보다 6.07% 상승한 셈이다. 작년 1월 분양가(3063만원)와 비교하면 상승률은 21.03%에 달한다.
수도권의 평균 분양가도 3.3㎡당 2501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2월(2434만원)에 비해 2.76% 오른 수치다. 5대 광역시와 세종시 평균 분양가도 같은 기간 1745만원에서 1785만원으로 0.6% 올랐다. 원자재값과 인건비 상승, 금리 부담이 분양가를 밀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기타 지방 지역은 분양가격이 일시 하락했다. 지난해 12월 기준 3.3㎡당 1455만원이었던 지방 아파트 분양가는 지난달 1438만원으로 1.11% 뒷걸음질 쳤다.
상승하는 분양가격과 달리 공급 물량은 감소하는 추세다. 지난달 전국 새 아파트 분양 물량은 7239가구로, 지난해 12월보다 1만158가구 줄었다. 지역별로는 수도권이 2407가구만 분양하며 전월(1만2646가구)에 비해 1만239가구 줄었다. 지방(3224가구)도 지난해 12월 대비 649가구 감소했다.
1월도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하락하면서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가 또 낮아진다. 15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1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작년 12월(3.84%)보다 0.18%포인트(p) 내린 3.66%로 집계됐다. 지난달 국내외 통화정책 변화 기대에 정기예금과 금융채 금리가 떨어진 영향이다.
코픽스는 국내 8개 은행이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금리로 은행이 실제 취급한 예·적금, 은행채 등 수신상품의 금리 변동이 반영된다. 코픽스가 떨어지면 그만큼 은행이 적은 이자를 주고 돈을 확보할 수 있다는 뜻이고 코픽스가 오르면 그 반대의 경우다.
코픽스는 미국 국채 금리 급등 여파로 지난해 11월 연중 최고인 4%까지 치솟았으나 통화 긴축 완화 기대로 예·적금 금리가 하락하면서 12월부터 두 달 연속 내렸다.
잔액 기준 코픽스도 3.87%에서 3.84%로 0.03%p 하락했다.
신(新)잔액기준 코픽스는 3.29%로 전월과 같았다. 신잔액 코픽스에는 기타 예수금과 차입금, 결제성자금 등이 추가로 고려된다.
코픽스 하락으로 16일부터 은행권 주담대 변동금리도 내려간다.
국민은행이 취급하는 주담대 변동금리는 연 4.30~5.70%에서 연 4.12~5.52%로 금리 상·하단이 모두 0.18%포인트 인하된다.
우리은행의 주담대 신규취급액 코픽스 기준 변동금리 역시 4.78∼5.98%에서 4.60∼5.80%로 내린다.